스웨덴의 디자이너 듀오인 안나 린드그렌(Anna Lindgren)과 소피아 라게르크비스트(Sofia Lagerkvist)는 자신들의 2차원 드로잉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디자인한 3D 프린팅 화병 세 점을 공개했다.

이 디자이너 듀오는 텍스트 프롬프트 없이도 스케치를 3차원 오브젝트로 변환할 수 있도록 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학습시켰다.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노르디스카 갤러리엣(Nordiska Galleriet)에서 열린 전시 AI: Brilliantly Bad!에서 최신 결과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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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Front)가 만든 2차원 스케치를 바탕으로 AI가 디자인한 화병

린드그렌과 라게르크비스트는 AI가 디자인 과정에 가져오는 이점뿐 아니라 실수, 편향,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시 타이틀을 선정했다.

린드그렌은 “우리는 AI를 완벽함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디자인에 있어서 AI는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AI 프로세스 속의 오류와 결함을 오히려 환영하고, AI를 창의적인 파트너로 초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높이의 네 개 용기가 모여 있는 형태의 첫번째 화병

전시회를 위해 프론트는 세 개의 화병과 그 바탕이 된 스케치를 함께 선보였다.

첫 번째 화병은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네 개의 용기로 구성되었으며, 각기 다른 높이에 배치되고 하나는 거꾸로 뒤집혀 있어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다.이 디자인은 4개의 개별 화병을 연필로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두 번째 디자인은 사람 얼굴이 있는 트로피 형태의 화병

비대칭적인 형태의 이 트로피 화병에는 원래의 수채화 드로잉에는 없던 사람 얼굴이 나타났다.

라게르크비스트는 Dezeen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인간의 사고방식처럼, 사물 속에서 인류적인 얼굴을 읽어내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디자인은 추상적인 기하학 수채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익숙한 사물의 조각들이 섞여 있는 형태였다. 프론트는 이를 “야구 모자를 쓴 추상적인 로봇”에 비유했다.

라게르크비스트는 “AI는 종종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 형태나 미적 요소를 추가했어요. 그 결과 로봇, 헬멧, 무기 같은 것들이 만들어졌고, 기존 프롬포트 입력이 그래픽 패턴이었음에도 결과물은 종종 스팀펑크적인 미감으로 흘러갔죠. 이 결과는 AI 플랫폼이 게임 세계의 오브젝트에 기반해 학습되었음을 보여줍니다.”라고 말했다.

원본 스케치를 잘못 해석하여 얼굴을 추가한 AI

프론트 듀오는 이 세 개의 오브젝트를 통해 AI와 인간의 마음 사이의 창의적인 유사성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디자이너가 AI와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단서를 제시하고자 했다.

라게르크비스트는 “무작위성, 단순한 지시도 따르지 못하는 점,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미적 참조를 차용하는 방식 등 AI 모델의 창작 과정을 탐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모든 행동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유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게임에서 영향을 받은 익숙한 사물의 파편들이 특징인 세 번째 화병

이번 프로젝트는 디자인의 저작권과 창작 주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는 2003년 스튜디오 창립 이후 프론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초기 작업으로는 쥐가 갉아먹은 벽지나 뱀이 감아 만든 고리 등을 선보인 디자인 바이 애니멀(Design by Animals) 프로젝트, 그리고 모션 캡처 데이터를 바탕으로 3D 프린팅한 가구 시리즈인 스케치(Sketch) 등이 있다.

린드그렌과 라게르크비스트는 2021년 디자인 바이 애니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AI 실험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자연에서 채집한 질감을 3D 스캔하고 이를 텍스타일로 변환하는 과정을 탐구했다.

프론트는 이 화병을 “야구 모자를 쓴 추상적인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후로 두 디자이너는 ChatGPT, Midjourney, Krea, Runway와 같은 잘 알려진 모델은 물론, 보다 전문화된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포함해 약 20여 종의 AI 프로그램과 작업해 왔다.

라게르크비스트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창의적 결정을 내리는 근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기계로는 재현할 수 없는 창의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싶었죠.” 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프론트가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훈련시켰다. 이 모델은 그들이 과거에 디자인했던 오브젝트들의 정보와 이미지를 학습함으로써, 프론트 특유의 스타일과 접근 방식을 익히도록 설계되었다.

프론트는 각 디자인의 기반이 된 드로잉도 함께 공개했다.

디자이너들은 이 프로젝트를 장기 프로젝트로 바라보고 있으며, 앞으로 AI가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 깊이 탐구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길 원한다.

라게르크비스트는 “머지않아 AI는 모든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겁니다. 기존 도구에 스며들거나,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요. 우리는 이 새로운 동료를 이해하고, 도전하고 싶어요. 궁금하거든요.”라고 덧붙였다.

AI: Brilliantly Bad! 전시는 2025년 2월 3일부터 9일까지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노르디스카 갤러리엣(Nordiska Galleriet)에서 열렸다. 더 많은 디자인 전시는 Dezeen 이벤트 가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문 : https://www.dezeen.com/2025/02/27/front-ai-brilliantly-bad/

Originally published by Dezeen.